리뷰 한 줄의 가격은 얼마일까?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2018년부터 악성 허위 리뷰를 조장하는 업체와 단체를 대상으로 고소 및 경고를 집행해 왔다고 하는데요. 리뷰 조작이나 리뷰 '깡거래'를 하는 11개 업체에 벌금형 또는 징역형이 내려졌고, 12개 업체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링크 - 뉴스) 배민 입장에서는 "... 사장님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건강한 이유를 밝혔습니다만 이런 허위 리뷰들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배민의 광고 과금 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배민 이용자들의 전체적인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즉, 직접적으로 배민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이죠. 소비자들이 수많은 허위 리뷰들로 가득 찼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요즘 말로 '믿고 거르는' 플랫폼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니까요. 미국의 가장 큰 식당 리뷰 앱이었던 yelp도 이와 같은 문제가 연일 터져 특히나 소송의 나라답게 수렁을 헤쳐 나오느라 바쁩니다.
위에서 적발된 업체들은 허위 리뷰 작성 비용으로 30만 원에 100개 또는 100만 원에 100개로 집행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리뷰 한 개당 1만 원 꼴로 책정된 것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배민에 적힌 한 줄 리뷰의 가치, 그러니까 금액으로 따지면 이 리뷰는 얼마 정도에 해당할까요?
몇 년 전만 해도 식당에 가면 테이블 위에 '인스타그램 팔로우하거나 인증하면 음료수 공짜'와 같은 메시지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식당 입장에서는 원가가 1천 원도 되지 않는 음료수를 손님들의 인스타그램 인증 대가로 지불하자 생각한 겁니다. 제 생각엔 당시 물가로 따져도 개인 인스타그램에 식당 음식 사진을 올리는 비용은 그에 열 배에 해당하는 1만 원은 지불해야 그나마도 손님들에게 요청할 수 있는 프로모션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업주분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인스타그램 인증이 중요한 거 같다고는 생각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 일인지는 잘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몇 년이 지나자 이제 식당 테이블의 '인스타그램 인증' 프로모션은 '네이버 영수증 인증'으로 대체됩니다.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동안 인스타그램 인증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겠지요. 설령 인증을 하더라도 개인 SNS공간에서 해당 사진은 음료 서비스를 받은 이후에 쉽게 삭제되기도 했을 거고요. 사용자 여정을 생각해 보면 네이버 영수증 인증으로 프로모션이 왜 바뀌었을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예약의 시대입니다. 예약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식당의 정보들을 모두 확인하기에 지도앱은 중요한 매개가 되죠. 행인이 간판 보고 들어가는 집이 아닌 이상 식당과 같은 상거래 장소의 핵심 플랫폼은 지도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네이버맵에서 업체를 클릭했을 때 가장 상단에 나오는 메뉴 중 하나가 바로 리뷰입니다. 그중에서도 '실제로 업체를 방문하고 거래를 진행한' 사람들로부터 수집하는 영수증 리뷰가 가장 상단에 보입니다. 손님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SNS에서 체리피커 롤플레잉을 할 필요 없이 좀 더 간단하고 익명에 가까운 액션이 되며, 업장에서도 인스타그램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으니까요. 물론 이 영수증 인증조차도 앞선 허위 리뷰 사례들을 미루어볼 때 '깡거래'가 비일비재할 것으로 사료됩니다만.
애초에 배민이나 쿠팡이츠와 같은 플랫폼에서 '인생맛집!'이라는 호들갑스러운 리뷰들을 믿을 이유가 없음에도 대게 사람들은 긍정 일색의 코멘트들이 머릿속에 눈처럼 쌓여 저 식당에서 주문해야 할 견고한 근거로 자리 잡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최고의 맛집'이 설령 진심이더라도 그 누군가는 탕후루만 일주일 내내 먹을 수 있는 사람의 입맛일 줄 어떻게 알고요?(그런 입맛이 본인의 입맛이라면 다행이지만요) 내가 맛보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긍정 일색으로 이야기하는 리뷰들을 보면 '이유가 있겠지'라는 긍정 회로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군중심리는 집단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 즉, 여러분과 저 모두에게 기본적인 인지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인생맛집'이라는 사람의 입맛과 취향을 어떻게 믿고요?"
그런데 이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마케팅이 판을 치니, 또 그런 마케팅에 속아 만족스럽지 못한 구매 경험이 쌓이다 보니 사람들이 이를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 같으면 '네이버쇼핑 2만 개 판매 달성, 리뷰 800개' 이런 문구를 핵심 광고 문구로 적어 놓은 상품을 믿을 수 있나요? 만일, 리뷰가 허위로 작성될 수 있다면 그 리뷰들로 인해 사람들의 구매가 더 이뤄지고, 구매가 많아지면 다시 또 군중심리가 더해져 구매가 활성화 되는 수순을 밟죠. 즉, 2만 개 판매와 800개 리뷰의 숫자 중 팩트가 아닌 것이 없음에도 이제 이런 거창한 흥행에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겁니다. 이 와중에 영리한 업자들은 '재구매율 몇 퍼센트' 이런 광고 메시지를 키로 잡기도 하겠지요.
네이버 블로그가 지난 10월 12일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대한민국 인터넷 초창기 다음(daum)이 '카페'로 포털 사이트로서의 위상을 떨쳤다면, 이후 네이버가 '블로그'를 통해 포털 사이트로서의 맹위를 떨쳤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당시,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탐닉하는 인터넷 활용의 대표적인 툴로 작동했죠. 어떤 물건을 구매하려면, 어딘가 방문하려면 네이버 블로그에서 사전 경험과 시뮬레이션을 철저히 할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구매하거나 어딘가 방문하려면 네이버 블로그가 아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라는 것부터 스마트폰에서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이후 전개된 일은 여러분들이 아는 그대롭니다.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열심히 뭔가를 소개했는데 유튜브라는 곳에서는 똑같은 일을 하면 트래픽을 바탕으로 돈을 준다더라. 물론 그에 대응해 네이버에서도 개인 블로거의 광고 수익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고요. 여전히 상품이나 장소에 대한 간접 경험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많이 이루어졌지만 소위 '뒷광고'가 네이버 블로그의 발목을 잡습니다. 블로그는 다들 돈 받고 소개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그나마의 관심의 불씨도 사그라들고 있었죠. 열심히 블로그를 운영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돈내산'을 강조하기 바빠졌고요. 지금도 대한민국 어딘가에 식당을 하나 오픈해 보세요. 한 달 내로 광고대행업체들에서 네이버 블로그 리뷰를 집행해 주겠다 연락이 옵니다.
'기록이 쌓이면 뭐든 된다.' 일단 블로그로 잘파세대를 다시 초대하는 캐치 프레이즈는 좋습니다.
네이버는 그동안 여러 사업으로 미래 먹거리를 이어왔지만 근간이었던 블로그의 불씨를 꺼트려서는 안 된다고 (솔직히 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번 네이버 블로그 20주년의 내용들을 보면 꾸준한 트래픽과 동기를 만들 '기록'을 핵심 가치로 소구하고 있습니다. 기능상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내돈내산 인증'인데요. 직접 구매한 네이버 구매내역을 바탕으로만 인증할 수 있는 블로그 내 인증 라벨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진짜 리뷰와 가짜 리뷰를 분리해내지 않으면 플랫폼으로서는 준비된 재앙만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소비자들은 뭘 믿어야 할까요? 또 업체들은 뭘로 증명해야 할까요? 사람들의 안목이라는 것은 어쨌거나 점증적으로 올라가게 될까요? 기술과 미디어가 이런 속도로 진화하는 세계에서는 사실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배민의 AI가 청결한 리뷰를 더 솎아내는 능력이 커질수록 꼼수도 구멍도 함께 진화하기 마련일 테니까요. 무엇보다도 군중심리는 인류에게 사라지지 않을 속성일 겁니다.
일단 사람들은 모르는 대상들 즉, 대중(또는 탕후루가 절대 미각 취향일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리뷰와 숫자에 점점 무뎌질 겁니다. 반대로, 유구한 신뢰의 역사가 없더라도 자신의 준거집단이나 커뮤니티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십만 개 팔렸다는 요가 레깅스가 아니라 내가 나가는 요가 클래스의 멤버들이 입는 레깅스를 신뢰하고, 홈쇼핑에서 몇 만 피스 팔렸다고 이야기하는 프라이팬이 아니라 오랫동안 구독하는 요리 유튜버가 '오랫동안 실제 사용해 오던' 프라이팬을 좀 더 고려하게 되죠. 하여 브랜드 입장에서는 로열 오디언스와 커뮤니티는 더없이 중요합니다. 숱한 광고를 내지는 못하는 러닝화 브랜드가 명망 있는 러닝클럽을 꾸준히 지원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쌓은 신뢰는 해당 러닝클럽의 멤버뿐 아니라 해당 러닝클럽의 위상을 인지하고 있는 수많은 러너들에게 어필할 것입니다.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건 여러분 각자 잘 알아서 할 테지요. 배달 음식이라면 전문점을 선호하고, 업장 주소를 확인 후 간판 없이 지하에서 음식만 조리하는 집을 피한다던지, 사진에서도 음식의 차림새 등으로 정성도를 가늠한다던지... 각자의 기준들이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똑똑한 판매자(브랜드)가 되는 것인데요. 진짜의 리뷰가 중요하다는 건 다 알지만 소비자들이 그걸 구분 못 할 거라 생각하니 위에서 언급된 그릇된 방안을 선택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온갖 술수가 난무하지만 어쨌거나 리뷰는 소중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경험의 장소와 물건과 음식을 온라인상으로 상상하고 가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니까요. 그래서 반대로 너무 당연하지만 업체 또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리뷰가 잘 나오는 방법을 강구했으면 합니다.
식당에서 나올 때 '결제 전'에 이렇게 여쭤보시는 업주나 직원 분들이 있습니다. 대게는 인사치레로 괜찮았다 말하지만 간혹 이러이러한 부분이 좀 아쉬웠다 말하는 손님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 같은 프로 불편러들이 그에 해당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얘기할 만한 계제도 안 되는 집이라면 저 역시나 "괜찮았다" 하고 말 일입니다. 당연히 그런 질문까지 하는 식당들은 피드백을 듣고는 아 네, 하고 허투루 넘기지 않습니다. 피드백에 따라 어떨 때는 짧은 대화도 이뤄집니다. 물론 키오스크로 접객을 대체하는 식당도 있고, 매니저가 엄격한 기준을 갖추고 있는 전통 한식당도 있습니다. 접객이나 서비스는 차이가 있지요. 하지만 음식의 정성에 대해서는 분식집이나 고급 레스토랑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 정성들은 음식에서부터 시작해서 여러 측면에서 발현됩니다. 설령 키오스크만 있는 식당이라 할지라도요. 배달 음식에도 그런 측면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진짜와 가짜 리뷰를 분리해내지 않으면 플랫폼으로서는 준비된 재앙만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네,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배달 음식이라면 일단 시선을 사로잡아야겠지요. 사진을 잘 찍습니다. 음식 모형 같은 사진 말고 식당 사장님이 생각하는 음식의 프리젠테이션을 연출해 보세요. 오므라이스는 모두 이렇게 찍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촬영 업체나 광고 업체이지 식당 주방장이나 사장님이 아닙니다. 그리고 장사하는 사람이 로봇이 아님을 보여주세요. 손님과의 접점이 제한된 배달 음식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요컨대 리뷰에 댓글을 다는 것도 접점이고 스킨십입니다. "정성 어린 리뷰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복붙 하지 말고요. 로봇이 아닌 어떤 캐릭터의 사람이 이 음식을 만들고, 이 음식을 먹고 리뷰를 남긴 사람에게 기꺼이 감사까지 하는지 보여주세요. 바쁜데 그렇게까지 못 한다고요? 손님이 아닌 업주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죠.
리뷰 하나의 가치가 비용으로 치면 얼마라고 생각하시나요?
앤드류와이어스
김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