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백만 개의 경쟁 상품 중 살아남을 방법
얼마 전에 마케팅 관련 컬럼을 읽다가 "...여러분의 브랜드가 나이키는 아니잖아요?" 와 같은 메시지의 내용을 봤습니다. 철학이고 메시지고 다 좋지만 나이키와 같은 거대 브랜드가 아니라면 당장 필요한 건 직접적인 판매를 일으키는 (퍼포먼스)마케팅에 집중하라는 논지의 글이었습니다. 어떤 브랜드를 꿈꾸는 회사냐에 따라 그 말은 틀리기도 맞기도 합니다.
일단, '나이키가 아니라면' 이라니요. 나이키는 지난 세기 동안 손에 꼽을 성공을 이룬 회사입니다. 2023년 기준, 나이키는 루이비통과 구찌를 제치고 글로벌 의류 브랜드 기업 가치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42.7조 짜리 체급이 되지 않으면? 아니면 그 정도의 브랜드력을 가지지 않으면? 그 정도나 되어야 철학과 가치를 이야기해도 되는 걸까요? 그 정도의 브랜드력을 갖추지 않으면 즉 위상과 명성을 갖추지 못 했을 땐 일단 팔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인가요? 나이키에 비견할 수 있는 머천다이징 브랜드는 지금 지구상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럼 현존하는 대부분의 머천다이징 브랜드는 오로지 매출 만드는 것에만 주력해야 할까요?
당연하게도 나이키도 '듣보잡' 브랜드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육상 선수 출신의 필 나이트는 '더 나은 육상화'에 대한 신념과 비전이 있었습니다. BLUE RIBBON SPORTS 라는 이름을 걸고 기존 북미에서 유행하던 독일 브랜드의 육상화가 아닌 합리적인 가격의 일본 브랜드의 기능성 운동화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밴에 신발을 넣고 길거리에서 팔았죠. 오니츠카 타이거와의 공동 생산에서 시작하여 35달러에 제작한 지금의 나이키 스우시 로고를 바탕으로 나이키로 브랜드를 재편하고 역사가 만들어집니다. 역사가 만들어지기 전의 그 모먼트들. 시장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획기적인 상품을 선보이는 프론티어 액션, 톱 플레이어(오니츠카 타이거)와의 협업(지금으로 따지면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BRS로 계속 상품에 집중할 수도 있었으나 승리의 여신 니케(nike)에 영감을 얻어 새로운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나이키로의 리브랜딩. 모두 위닝 포인트임에 분명합니다.
간단한 주방 용품을 구매한다고 쳐보죠. 정확히 같은 제품이라면 또 가격이 같다고 한다면 온갖 생활 용품을 다 파는 온라인 스토어와 주방 용품을 전문으로 파는 온라인 스토어의 제품 중 어떤 걸 구매하시나요. 네, 배송료가 저렴하고 배송이 빠른 스토어의 제품을 구매합니다. 그렇다면 둘 다 배송은 이틀 걸리고 배송료도 3,000원으로 동일하다면요? 그럼 리뷰가 많이 달린 걸 살 겁니다. 더 신뢰할 수 있는 구매가 사전에 많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한다면 신뢰도가 높아지니까요.
전문점인지, 더 빨리 배송하는지, 긍정적인 리뷰가 많은지, 이게 모두 가치입니다. 똑같은 물건이 아니라 비슷한 물건일 경우 결정 요소의 우선 순위들은 다시 조정이 되겠지요. 예컨대 리뷰가 최우선으로 올라 올 확률이 많아지겠고요. 결국 광고를 통해깔대기로 잠재 고객을 몰아 넣어도 소비자는 결국 저 간단한 비교를 감행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온라인 스토어들이 가장 많이 하는 프로모션이 리뷰 보상이겠죠. 위에서 말한 그 가치들이 유일한 비교 인자일 경우 리뷰를 많이 쌓는 것 보다 중요한 건 없어 보일 겁니다.
"어떻게 9백만 개 사이에서 장바구니로 들어가는 상품으로 보여줄건가요?"
지금 네이버쇼핑에 '아이폰케이스' 라고 검색을 해보니 9,511,894개의 검색 결과가 나오네요. 한 페이지에 40개씩 정렬되면 10페이지를 봐도 400개, 0.004% 정도의 상품 밖에는 보질 못 합니다. 물론 중복 상품들이 있을 거고 허수의 상품도, 스토어도 있을 겁니다. 가격 레인지는 2천원 짜리 상품에서 10만원 짜리 상품까지 다양합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팔리고 광고도 돌아가는 1만5천 원 정도의 아이폰 케이스를 판다고 가정해보죠. 어떻게 9백만 개 사이에서 장바구니로 들어가는 상품으로 보여줄건가요? 위의 주방용품과 마찬가집니다. 1만원 대 이하는 다 중국에서 파는 물건 그대로 번역을 한 수준의 상품 설명이 있습니다. 1~2만원 대는 중국에서 들여온 물건에 국내 판매사의 레이블을 붙인 상품도 보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아마존에서 찾아보면 어떻게 비교해봐도 정확히 같은 물건인데 판매사 각인만 넣어 10달러 짜리가 아마존에서 20달러 짜리로 둔갑해서 팔리는 걸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레이블을 넣는 건 좋습니다. 문제는 아무런 가치도 부가하지 않은 채 레이블을 넣은 것만으로 다른 가격을 요구하는 것이 지금 소비자들에게 먹히질 않는다는 거죠.
그냥 번역만 해서 파는 수준이라고 해도 다를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합니다. 일단 판매자의 집중도인데요. 쿠팡이나 네이버쇼핑에 검색어 트렌드 보면서 100개 상품 무더기로 올려놓고 어느 것 하나 걸려라하는 판매자의 상품 페이지가 성의 있을리 없지요. 심지어 중국어 그대로 쓰여져 있는 상품 페이지를 올리는 판매자도 부지기수입니다. 같은 수입 상품이 분명해보이고 정말 하나 같이 똑같은 번역 페이지의 이미지를 도용하고 있는 와중에 어느 스토어에서 판매자가 "이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정말 가성비 하나는 보장합니다." 이런 멘트라도 하나 적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직접 찍은 실물 이미지를 하나라도 올려보는 겁니다. 신뢰도가 1이라도 올라갑니다. 1로 뭐하냐고요? 9백만 개의 상품 중에 경쟁하고 있는데 1이라고 안 중요할까요.
오랫동안 한국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삼성폰을 사용해야만 했죠. 실제로 PPL이 들어와서이기도 했지만 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관해 제작자도 배우도 부담이 컸던 거죠. 향후 배우 개인이나 방송사 광고 문제를 생각하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점점 더 드라마 속 캐릭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스마트폰이었고 극의 전개 상황에서도 메시지라던지 사진 촬영 등 중요한 매개가 되었죠. 그리고 광고에 부담이 없던 OTT 방송들에서부터 시작해 '현실성'을 고려한 극 중 아이폰 사용은 이제 삼성폰 만큼이나 일반화 되었습니다. 이 '현실성'에는 다름 아닌 셀럽들의 SNS 사용이 주효했는데요. 역시나 기존에는 소속 연예인들의 SNS 활동을 은폐하고 막아섰던 기획사들에서도 스마트폰을 활용한 매체(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를 공략하지 않고서는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여, 그 수많은 셀럽들의 셀카에서 수도 없이 발견되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렌즈 주위로 까만 베젤이 둘러쌓인 케이스가 있었으니 바로 케이스티파이(casetify)입니다.
케이스티파이는 2025년까지 전세계 100여개의 리테일 매장을 오픈하고 연 매출을 30억 달러(4조 1520억)까지 내다보고 있는데요. 아니 '나이키 같은' 브랜드가 될 수 없다는데 4조 매출 기업 얘기를 하니 어이가 없나요?
잘 나가는 브랜드라서 친환경도 하고 기술력도 쏟아붓고 온갖 라이센스들 다 사들이면서 콜라보레이션 하고 비싸서 구매 변별력이 만들어지니 유명인이 먼저 쓰고 유명인이 쓰니 팬들도 따라간다. 이렇게 해석하고 싶은가요? 실제로 케이스티파이의 가격은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판매는 그것을 능가하는 속도로 따라왔습니다.
케이스티파이의 시작을 다시 살펴볼까요? 케이스티파이가 당시 그 많은 휴대폰 케이스와 달리 했던 건 케이스의 개인화였습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의 사진들로 케이스를 만들수 있도록 시도했죠. 그리고 인플루언서들에게 피칭합니다. 그냥 우리 제품 써보라가 아니죠. '본인의 사진이 들어간' 우리 제품을 써보라는 제안이었을테니까요. 이 캔버스 전략은 지금까지도 내내 케이스티파이의 주력 가치입니다. 지금도 다양한 그래픽으로 개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나 원하는 메시지를 새길 수도 있고요. 모두가 손에 들고 있는 똑같은 스마트폰을 '내 것'으로 탈바꿈 시키는 강력한 가치죠. 이 개인화로 인한 높은 가격을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불하기로 합니다.
"얼마든 쉬운 게임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9백만 개 중 하나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월디페(월드디제이페스티벌)에 메인스폰서로 부스를 마련했습니다. 삼성전자 는 "10대에서 아이폰에 밀리면 끝"을 결사하며 임원진이 직접 이 현장에 참여했다는 건 기사로도 많이 나왔죠. 드라마 속 배우의 스마트폰은 제어 할 수 있었지만 셀카를 찍어대는 아이돌들의 손까지 단속하기는 어려웠습니다. 10대들은 자연히 아이돌들이 사진을 찍는 아이폰과 아이폰에 씌여진 케이스티파이의 케이스를 숭상하기 시작했고요. 초창기 케이스티파이는 인스타그램은 물론이거니와 틱톡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브랜드 중에 하나였습니다. 누구에게 어필할지 처음부터 기민하게 움직였던 것이죠.
케이스티파이는 홍콩에서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중국이랑 가깝죠. 얼마든 쉬운 게임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9백만 개 중에 하나의 케이스로 남을 수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주 작은 차이로 어느 정도의 성공을 맛볼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도 거기에 머물지도 않았죠.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다들 하는 거고 케이스를 개인화 하는 것도 많이들 합니다. 그럼에도 차이를 만들기 위해 어떤 도전을 했는지는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제는 미나리나 에에올(에브리씽 에브리원 올 앳 원스)같은 영화들로 많은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익숙해진 A24 영화사입니다.
왓챠의 추천 영화 콜렉션을 보면 '이동진이 5점 만점을 준 영화들' 근처에 '현재 미국 독립 영화의 핵, A24' 와 같은 콜렉션이 있습니다. 왓챠에서 영민하게 A24의 영화들을 잘 가져다 놓은 것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기존 거대 영화사들로 콜렉션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에 비해 A24는 시청자들이 중복해서 만든 콜렉션만 9개나 됩니다. 그 안엔 무려 40여 개의 영화들이 들어가 있죠.
얼마 전까지도 미국에서는 틴더의 취향란에 그냥 "A24" 하나 달랑 적어 놓는 게 유행이기도 했습니다. 긴 말 필요없다 이거죠. '그냥 이쪽 스타일이야. 그니깐 알아서 접근하기로 해 우리' 뭐 이런 쿨함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쓰인 겁니다. 요즘에는 그거조차 변별력이 떨어져 많이 안 쓴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10대, 20대들 사이에서 큰 지지를 받는 트렌드죠. 아니 영화사인데 트렌드라니 이상하지 않나요?
미나리나 에에올 같은 국내 화제작 개봉 전, 국내에서 A24의 영화라면 '미드소마'나 '유전' 같은 영화들로 처음 접한 분들이 많았을텐데요. A24 영화사의 영화를 처음 본 사람들은 아마도 "대체 이게 뭐야!" 하고 황당했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들의 초기 네이버 영화평들을 보면 '기괴하다', '내가 뭘 본지 모르겠다' 등의 평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영화들의 장르적 특성도 있겠지만 A24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독립 영화를 표방합니다. 그런데 영화 리스트들을 보면 이상하게도 유명 배우들이 많이 보입니다. 독립 영화라며 어떻게...?
"이제 오프닝 크래딧에 A24가 올라가면 팬들은 어떤 가치관, 어떤 태도, 어떤 무드를 예상합니다."
A24는 메이저 영화에서 판에 박힌 이미지로 소진되기 십상이었던 배우들을 소환합니다. 트와일라잇의 창백한 존잘남으로 커리어가 박제될 수도 있었던 로버트 패터슨, 꼬맹이 해리 포터에서 성장하지 않는 아역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다니엘 레드클리프, 마블의 여전사로 인상이 굳어질 수 있었던 스칼렛 요한슨 등 유명하지만 기존 이미지로 커리어가 고정될 수 있었던 하지만 잠재력은 분명한 배우들에게 독특한 소재와 감독들의 영화로 제안합니다. 초창기 A24가 명성을 갖지 못 했을 때도 이는 해당 배우들에게 나쁘지 않은 시도였을 거구요. 지금은 당연히 포텐셜이 많은 감독이나 유명 배우들에게 A24는 커리어를 역전해 새롭게 자신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A24는 이제 영화팬들에게는 일종의 양식으로 통합니다.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나 스티븐 소더버그로 대표되는 예전의 미라맥스 영화사처럼 말이죠. 오스카에서는 몰라도 선댄스의 왕자였던 미라맥스는 당시 획일적인 헐리우드 영화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대안과 같은 영화사였습니다. 94년도에 중경삼림을 미국에 배급한 영화사도 다름 아닌 미라맥스(정확히는 타란티노)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종류의 이 홍콩 영화를 보고 훗날 베리 젱킨스 감독은 왕가위에 영향을 받은 '문라이트'(역시나 A24의 영화)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제 A24는 예전의 미라맥스 보다 더 확고한 영화사 아니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A24 팬들에게 미라맥스는 이미 올드스쿨이었죠. 미라맥스는 특정 감독들의 역량이 영화사의 색깔을 결정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A24 영화들은 어떤 별종 감독이 만들어도 모든 영화가 A24 영화였습니다. 단지 장르와 감독의 문제가 아닌 어떤 걸 바라보기로 했는지의 태도에서 그것을 증명합니다. 마치 넷플릭스의 N로고 오프닝 사운드처럼 오프닝 크래딧에 A24가 올라가면 팬들은 이제 '어떤 가치관', '어떤 태도', '어떤 무드'를 예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유대와 지지는 점점 더 확대되고요.
"영화사의 굿즈를 멤버십으로 구독하여 구매하게 하는 건 분명한 팬을 만든 브랜드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 메이저 영화사였던 워너 브라더스, 유니버셜, 파라마운트, 콜롬비아, 20세기 폭스(아 21세기 폭스죠. 그만큼 오래되었습니다)와 같은 영화사들은 블록버스터를 잘 만들고 배급에 신경을 썼습니다. 마케팅 프로세스가 분명했지요. 그리고 그 방법들은 천편일률적이었습니다. A24는 소통 채널을 지금 세대의 타깃에게 맞게 시의적절하게 활용했고(A24의 초창기 SNS 캠페인들을 찾아보셔요) 무엇보다도 본인들이 미디어 자체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A24 영화라고 했을 때 기대하는 것들이 일치되는 순간 브랜드는 이미 고도화의 길을 걷습니다. 브랜드가 되었더니 단지 에에올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A24의 유산을 가진' 에에올을 홍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오스카마저 수상하게 되었죠. 개별 영화의 머천다이징 상품은 당연하고 영화사 자체의 굿즈를 멤버십으로 구독하여 구매하게 하는 건 분명한 팬을 만든 엄연한 브랜드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방구석에서 게임이나 넷플릭스만 붙잡고 앉아 있던 특정 대상들에게 극장에 오는 '이유'를 만들었다는 건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브랜드가 나이키는 아니잖아요?" 네, 당연히 아니죠. 다만 언더독이 될 건지 말 건지는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언더독이 되려면 여러분의 브랜드는 나이키가 하는 그것을 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중국에서 물건 도매로 구입해서 제품 설명 페이지에 한글 번역해 채우고 간혹 프로모션 광고 집행하며 9백만 개의 상품 중에서 장바구니에 들어가길 기도하고 있어도 됩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돈은 벌 수 있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언더독 브랜드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 자신의 신념(또는 철학)을 위해하지 않고도 혁신할 수 있는 포인트를 무조건 하나 이상 개발해야 합니다. 혁신은 시장을 송두리째 뒤집는 그런 혁신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닙니다. 블랭크 포인트가 되었건 남이 간과하는 포인트인데 나한텐 너무 중요한 가치가 되었건 혁신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품(휴대폰 케이스와 독립 영화)에 적용합니다. 커뮤니케이션 역시 모두가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 가서 똑같은 확성기로 똑같은 메시지 전달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하는 것은 구매자를 찾는 외침이고 언더독은 팬을 만드는 제언을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그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계속해서 존속시키고 고도화 해 나가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죽어라고 조던을 사줘서 돈이 주구장창 들어오니 50년 동안 'just do it'만 팔면서 유유자적 가치니 메시지니 말장난만 하고 있었던 거 아닙니다. 나이키는 피 터지는 경쟁 시장에서 계속해서 전투를 이겨온 겁니다.
어쩌면 작은 성공을 맛 보긴 했으나 '우리가 나이키는 아니니까'의 많은 기업들은 그 이후로 그 가치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존속시키는지 모르거나 간과해서 '나이키'가 되지 못 했을 수 있습니다.
앤드류와이어스
김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