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네~/고맙습니다~
2. 네!/고맙습니다!
3. 네./고맙습니다.
여러분은 메신저 대화 또는 이메일 본문에서 세 가지 중 어떤 형태를 주로 쓰고 계신가요?
여러 기호 중 느낌표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현재 많은 해석과 관점이 있는 감정 기호입니다. Thanks!! = 과잉, 불안, 또는 호감
Thanks! = 친절, 호의, 온기
Thanks.= 무미건조, 거리 있음
이와 같은 사회적 신호를 함의하기도 하죠. 이는 매체의 특성도 분명히 있습니다. 메신저에서 물결이나 느낌표가 아닌 마침표로 사용했을 때는 아마도 건조한 사람으로 오인받을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포멀한 이메일 본문에서는 느낌표를 쓰는 것은 그나마 선택의 문제로 완화됩니다. 마침표로만 쓰더라도 메신저에서와 같은 오해의 여지는 적어지게 될 겁니다.
조직에 있을 때 저는 팀원들이나 직원들에게 고객사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네’를 ‘넹’이나 ‘넵’으로 쓰는 일을 지양해 주십사 당부하곤 했습니다. 넹이나 넵에 느낌표나 물결 표시까지 덧붙이면 그야말로 극대화된 감정 표현이 되겠죠. 물론, 일에 있어서도 경우에 따라 관계의 온도를 만들기 위해 쓴다거나 인간적인 유대감이 일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기에 금지가 아닌 지양을 권고했습니다만.
일에 있어 이 감정 기호 사용에는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것’과는 별개로, 몇 가지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관계에서 권력 관계를 은연중에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때로는 성별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상대를 인식하기 쉽습니다. 차라리 냉정하고 딱딱하게 오인받을 지언정, 일의 정확함으로 ‘일하는 사람’으로서 상대에게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위아래 사람도 아니고, 성별의 감정 수준 문제도 아니고 오롯히 일하는 사람으로서 표명하는 것. 또 다른 이점은, 부하 직원에게도 이 선을 지키면 상사에게도 이 선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기준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커뮤니케이션을 모바일로 익힌 세대들이 성인이 된 사회에서 느낌표는 단순히 문법상 존재하는 기호가 아닌 감정과 사회적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자’입니다. 여러 문화권에서 이 느낌표는, 감정 과잉을 불안과 소속 욕구의 발화로 보는 인식과 “가볍다”는 엘리트 주의라고 폄하는 인식 등이 존재합니다. 아마 그 관점에서는 저는 엘리트적 인식처럼 보이겠습니다만.
문학적 관점에서(대화문에서의 사용을 제외하고), 요컨대 감정 동요나 놀라움을 수반하는 문장과 단어가 그 역할을 진정으로 수행한다면 '자 여기서는 놀라세요. 여기 강조하는 지점입니다.' 와 같은 기호의 역할은 없어도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온전히 단어와 문장으로 독자를 움직여야 한다고 믿는데요. 말마따나 '느낌표'니까 느낌을 기호로 제시하는 건 뭔가 지시하는 것 같아 어색해 보입니다.
그러는 저 역시도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느낌표를 가끔 씁니다. 대신 쓸 때는 다른 문장보다도 더 오래 고민을 하곤 합니다. 이 앞에서 구축한 정확함을 여기서 무너뜨리는 것은 아닐까? 친절을 보일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이 문장에서의 느낌표일까? 느낌표를 쓰지 않아 냉정한 사람으로 오해(가 아닐 수도 있지만)받아 내가 과연 진정으로 잃게 되는 게 있을까? 이런 과한 생각들을 하곤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기호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게 뭐가 있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시험삼아 다음 기회에 문장에서 느낌표를 의도적으로 빼보고 스스로 불안한지 확인해보세요. 불안함의 이유가 사회적 관념이나 감정적 합의에 걸려 있다면, 그것은 여러분이 약속하지 않은 규범에 묶여 있음을 반증합니다.
세상이 변하면서 언어의 쓰임이 달라지는데 느낌표라고 숭상할 필욘 없지요. 느낌표를 사용하는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첫 문자 메시지의, 첫 이메일의 그 문장 하나에는 당신의 많은 정보가 담겨 있으니까요.
앤드류와이어스
김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