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LETTER의 첫 번째 레터인 만큼 제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전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뉴스레터 서두에 매번 형식적으로 "누구님 안녕하세요. 김해경입니다." 붙여 넣기만 했지 저를 굳이 드러내며 말을 건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 발행이 6개월간 멈춰 있었는데요. 구독자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일적으로는, 하고 있는 일의 크기와 구조를 단순화시켰습니다. 중년 위기 뭐시기 비슷한 정체성의 쓰나미도 맞았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화와 성장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일 관련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외부의 잡음을 최소화하고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니까 V.LETTER에서 다루게 될 '가치, 일, 성장'은 저 역시 여전히 새로 쓰고 있는 개념이자 집중하고 있는 관념입니다.
그동안 W.LETTER는 브랜딩과 조직의 이야기를 주로 담아왔습니다. 브랜딩이 핵심 주제였지만 다른 브랜딩 채널처럼 멋진 해외 브랜딩 사례를 보여주거나 브랜딩·마케팅 방법론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채널은 이미 많이 존재하죠. 개인적으로는, 레퍼런스를 본다고, 심지어 그것을 적용한다고 좋은 성과를 가져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비즈니스와 관련해 세상에 많은 방법들은 사실 비기랄 것이 없는 일반적이고 당연한 것들이 대부분이죠. 정작 지금과 같이 모두가 오리진에 바로 닿을 수 있는 세계에서는 현란하고 잘 먹힌 사례가 아닌, 그것을 볼 수 있는 시각과 또 그것이 내 비즈니스(브랜드)와 소비자에게 적합한지의 '기준'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보는 대부분의 문제는 바로 그 '기준 없음'에 있더군요.
그리고 이 기준은 다시 사람에 닿아 있습니다. 만드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그리고 사는 사람까지 모두 하나의 사람입니다. 회사나 조직, 뭉뚱그려진 소비자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사람. V.LETTER는 한 명 한 명의 개인으로서, 일하는 사람의 성장과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더 담으려고 합니다.
거창하게 대단한 일의 교훈이나 비즈니스의 학습으로 귀결시키려 하지 않고, 기존의 브랜딩 아티클과는 호흡이 더 짧은(그래도 길게 느껴지실 것 같지만)글을 이메일 본문에 직접 담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개인으로서의 일과 가치, 성장을 다루고자 하기에 저 역시 하나의 개인으로서 좀 더 솔직하고 편안한 자세로 개인적인 시각과 통찰을 담으려고요.
뭐 대단한 선로 변경을 하는 건 아닙니다. 기존에도 아티클에는 개인에 집중한 콘텐츠들이 있었습니다.
일하는 사람에게 언어란,
몰입을 통한 스위치 끄기,
광고에 관한 존 버거의 시각,
여름휴가에 내가 하는 것,
봉준호라는 리더,
이와 같은 콘텐츠들은 비단 조직과 브랜딩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가치와 기준의 시각으로 쓰여졌습니다. 마침 이 콘텐츠들의 반응(유입이나 클릭율)은 다른 콘텐츠보다 더 좋기도 했습니다.
V.LETTER는 일하는 사람의 성장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일상적인 주제와 소재를 통해 캐주얼하게 풀어냅니다. 가치와 기준은 기업의 IR 자료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AI 활용, 넷플릭스, 운동, 대중 심리, 영화, 관계 갈등,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소셜 미디어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접점을 통해 개인의 가치와 기준이 어떻게 형성되고 작용하는지 살펴봅니다. 그러니까 그 작은 것들을 들여다보지 못하면 IR 자료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조직과 브랜드의 해체와 조립을 다루며 난해하게 글을 쓴 것처럼 보였다면, 이제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번아웃과 무기력을 반복하고, 루틴과 고군분투하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변화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먹는 개인으로서, 모두가 보고 있고, 알고 있는 것들의 숨은 가치를 담고자 합니다.
글이 더 간소해졌고 주제도 넓어져, 바빠서 글을 쓰지 못했다는 변명은 어렵겠다는 걱정은 됩니다만, 좀 더 개인적인 시각으로 여러분과 만나는 것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기존의 브랜딩 아티클도 긴 간격으로 발행이 됩니다. 브랜딩 아티클과 가치 노트는 모두 홈페이지 내에 아카이빙할 예정이니 웹사이트에서도 지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이 변경된 V.LETTER의 내용과 방향이 맞지 않으시면 언제든 구독 취소를 하셔도 됩니다. 그럼,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앤드류와이어스
김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