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존재하는 철학이 아닌, 작동하는 철학
브랜드의 목소리는 왜 힘을 잃고, 조직은 왜 반복해서 무너질까요?
철학 없는 브랜드가 겪는 세 가지 구조적 결함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철학을 다시 세우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브랜드 철학 설계(Brand Philosophy Arcitecture) - 조직의 브랜드 철학을 명확히 하고, 언어와 실행의 기준을 구조화하는 실천적 방법론
1. 매출은 브랜드의 철학이 아닙니다.
2. 브랜드의 언어가 있나요?
3. 꺼내보지 않는 브랜드북
"수익이 잘 나와서 브랜드가 성장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소비자들이 사라지더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말하지만, 결국 내부의 유일한 기준은 매출 증대."
승승장구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는 브랜드의 내부 구성원들을 인터뷰해 보면 위와 같은 말이 자주 나옵니다.
당.연.히. 이윤을 내지 못하면 브랜드는, 기업은 존명 하기 어렵겠죠. 다만 매출이 하락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또 매출이 상승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여러분의 조직은 얼마나 규명하고 있나요? 매출은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나 철학이 아니라,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목적이 올바르게 작동할 때 얻어지는 결과입니다. 누군가 제게 '기업은 가치 추구가 아니라 이윤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물어본다면, '가치 추구를 통해 이윤 창출을 하는 존재가 기업'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극히 현실주의자입니다.
'철학'이라 하면 뭔가 니체나 칸트, 이성주의나 실존주의 같은 걸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브랜드 철학은 단순히 멋진 구호나 상징적인 문장 또는 깊은 사유가 필요한 깨달음을 뜻하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 무엇을 믿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를 정의하는 사고의 뿌리입니다. 철학이 있다는 것은 곧,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어떤 기준 아래 세상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석하는지를 말합니다. 핵심 가치나 미션, 비전과 같은 형태로 도출되기도 하죠.
브랜드 철학은 그저 창립자가 붓으로 써놓은 인상 깊은 문구가 아닙니다. 이와 같은 구호나 문구가 액자 속 상형 문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철학이 조직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믿음의 구조'가 되지 못하기 때문일 테죠. 입사 오리엔테이션 이후 까마득히 잊고 있을 그 철학은 원래 조직 내부에서 구성원들이 유기적으로 감응할 수 있는 가치여야 하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적용해야만 하는 기준이어야 합니다.
"개인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목적 상실"
브랜드의 철학은 제품 개발, 마케팅 전략, 고객 응대, 채용, 조직 문화에 이르기까지 브랜드를 이루는 모든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철학이 명확한 브랜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거절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지요. 조직에 철학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철학이 이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철학이 실천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브랜드 철학은 존재 이유이자 실천의 방향이며, 일관성을 가능케 하는 기준입니다.
철학이 브랜드를 지탱하지 못할 때, 대부분의 브랜드가 가장 먼저 끌어오는 기준은 수익입니다. 만약 성장 초반에 일련의 성공을 거두면 그 성공을 반복하기 위한 전략에만 몰두하기 쉽습니다. 이는 반대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그 기준은 자연스럽게 숫자, 즉 수익으로 수렴합니다.
사실 매출만 지속된다면 브랜드의 가치나 목적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철학 없는 브랜드의 지속 성장 가능성은 희박하죠. 철학이 없는 브랜드는 상황과 환경에 쉽게 흔들립니다. 소비자 트렌드가 바뀌면 급하게 전략을 수정하고, 상품은 본연의 가치 고도화가 아닌 경쟁 상품의 대응에 더 치중합니다. 이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일들입니다. 캠페인 성과는 ROI로만 판단되고, 내부 회의는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한 전술 논의로 채워집니다. 각 팀의 공통된 언어는 KPI로 통일되지요. 장기적 비전이나 가치 기준이 무의미해지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뿐 아니라 브랜드의 다각적 경험은 일관성을 잃고, 개연성 없이 억지스러움으로 번지면 결국 소비자는 브랜드의 신뢰를 놓게 됩니다.
컨설팅을 하며 마주하게 되는 조직 문제의 대부분은 내부 문제입니다. 내부 문제는 주로 누군가 일을 안 하거나 못해서가 아니고, 누군가 하고자 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벌어집니다. 철학이 없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죠. 매출 기준을 차지하고서라도, 전반적으로 조직의 의사결정 기준은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맙니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모호해지고, 사사로운 의견이 기준이 되어 버리죠. 목표는 맞출 수 있을지 몰라도 목적을 검토하는 일은 요원해집니다. 목표는 열심히 해서 극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목적은 열심히 해서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방향의 문제니 까요.
브랜드의 방향 상실은, 다시 돌아와 조직 내부의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가중됩니다. 이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신뢰 보다도 내부 구성원의 신뢰가 더 위중한데요. 구성원은 소속감을 잃게 되고, 업무는 수동적으로 흘러가게 되죠. 여러분도 어디선가 겪어봤을 수 있습니다. 구성원 본인은 이런 상황을 조직과의 불일치 또는 동기부여의 문제로 생각하기도 하고, 리더는 구성원 각자의 오너십 또는 이니셔티브 부족을 안타까워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매너리즘은 무엇 때문에 벌어질까요? 가장 큰 이유는 목적 상실입니다. 구성원이 처음 조직에 들어올 때는 이 조직에 참여한다는 삶의 전환 상황과 진입 목표에 가려 조직의 목적이나 본인의 목적은 간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조직에 들어온 후 일정 기간 리더가 희망하는 오너십이나 이니셔티브를 갖추기도 하죠. 시간이 지나고 갈등과 익숙함이 피어나고 또 이어지면서 구성원은 본질적인 목적과 조우합니다. 급기야 처음부터 동조화되지 않았던 목적을 '어긋났다'라고 착각하기도 하죠.
"가치 추구를 통해 이윤 창출을 하는 존재가 기업"
경험은 합리성의 낳고, 합리성은 기준이 됩니다. 각자의 기준이 되죠. 각자 생각하는 합리적인 방법과 더 나은 결과의 값이 달라집니다. 갈등과 매너리즘은 바로 이때 작동합니다. 이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직장인이 조직에서 겪는 일의 모순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를 구성원 개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는 조직에서 갖추어야 할 동조 시스템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더로부터 "우리는 이런 가치와 철학으로 나아갑니다"하고 연례행사나 이메일에서 그 말이 한 번 던져지면 그것은 그 조직의 가치와 철학으로 순수히 작동하나요? 만났던 대부분의 대표들은 직원들에게 수차례 조직의 철학을 얘기했지만 직원들은 그것을 새겨듣질 않는다고 합니다. 과연 누구의 문제일까요?
이와 같은 갈등을 겪는 조직이라면 이를 구조적 시스템으로 접근하길 바랍니다. 먼저는, 브랜드를 성장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 다름 아닌 뼈대(철학)에 있다는 인식이 우선입니다. 다음은 그 철학이 누군가로부터 한 두 번 전달된 말이 아니라, 실무에서 판단 기준이 되도록 하는 근육(시스템)으로 갖추는 일입니다. 말로만 존재하는 철학이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철학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Brand Philosophy를 이해할 수 있는 설명입니다. 한글 자막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시스템 이전에, 철학은 구성원 모두가 서로 동의하는 '약속'이 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의 목적과 개인의 목적을 어느 선에서 합치시킬 수 있는지 양쪽 모두 집요하게 논의하길 바랍니다. 다시 말하지만, 인생의 목적을 조직에 바치라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과 조직의 가치 교집합 내에서 약속이 성사되면 됩니다.
"실무에서 판단 기준이 되도록 하는 근육(시스템)으로 갖추는 일"
브랜드의 철학은 안 그래도 바쁜 실무에서 부차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필터가 아닙니다. 기준(철학)이 명확하면 의사결정이 쉬워집니다. 실행 동력도 강력해지죠. 이는 고스란히 브랜드를 경험하는 소비자에게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단단한 브랜드로 증명됩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무엇을 믿고 있나요?
1. 매출은 브랜드의 철학이 아닙니다.
2. 브랜드의 언어가 있나요?
3. 꺼내보지 않는 브랜드북
앤드류와이어스
김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