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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늘 유년 시절, 그리고 청소년기에 가지지 못한 어떠한 경험으로 인해 성인이 되고 나서 저의 일을 하는데 있어 어쩌면 그것이 저의 큰 약점 중 하나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음악과 영화를 섭렵하는 것에 비하자면 만화책과 게임은 제 오락의 시간을 점유하기에는 그 순위가 너무나 떨어졌던 것이지요. 아니 그렇게 생각했더랬습니다.
성인이 한참 지나고 제 일에서 어느 정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특히 더 그 결핍이 뭔가 모자란 퍼즐 같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저도 물론 어릴 때 드레곤볼이나 슬램덩크를 실시간으로 봤고, 플레이스테이션2 시절의 위닝일레븐도 즐겨 했습니다만 뭔가 남들처럼 만화책에 홀랑 빠져 어떤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매진하거나, 게임에 빠져 기말고사 같은 걸 통째로 날려 먹는다던지 하는 경험은 없던 것이죠. 물론, 그대신 빠져있던 음악이나 영화에 바친 시간이 아깝거나, 공유할 수 있는 정서가 없어 자발적 외톨이가 되었던 것에 대해서는 일말의 후회도 없습니다만
결국 늦었지만 게임에 제대로 경도되어 보기 위한 거창한 변명 같긴 합니다만 그리고 맞기도 합니다만, 저는 작년부터 비디오 게임을 꽤나 진지하게 해 보고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이나 리니지,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MMORPG와 같은 장르는 솔직히 도저히 호기심이 생기지 않고요. 탄탄한 스토리와 정교하게 만들어진 세계관, 빼어난 영상, 음악 등이 뛰어난 싱글플레이 형태의 비디오 게임을 해 보고 있는데요.
겜린이로서 수많은 명작 타이틀 리스트 앞에 무력감도 느꼈습니다만 하나하나 해 보면서 대부분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더랬습니다.
기본 스토리 자체도 요즘 만들어지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허접한 서사들을 생각하면 더 나은 것들이 많고요. 무엇보다도 그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때로는 변주하는 주체가 나 자신이 되는 건 서사의 몰입감을 다른 형태로 끌고 갑니다. 기술의 집약체이면서도 그것을 예술적으로 구현해 내지 못하면 전혀 효용을 가질 수 없는 분야인 것도 제겐 낯선 경치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부가가치의 사업(IP, 콘텐츠, 문화 사업 등등) 분야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지요. 테일러 스위프트의 앨범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앨범이 1천 4백만 장이라고 하죠. 게임에서는 1천 만 장은 물론 1억 카피가 넘어가는 게임이 몇 개나 됩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1시간째 플레이하고 계십니다. 과도한 게임은 일상생활을..." 이런 경고 메시지가 화면에 매 시간 뜹니다. 찾아보니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 3항 게임 과몰입 예방 조치에 의거한 표시 의무'라고 하더군요. 한국에서 판매되는 게임기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상황인데요. 아직도 게임을 호환 마마 수준으로 인식한다거나 일종의 병으로 취급되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은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페이커가 공중파 방송이나 광고에 나오면서 신급화되긴 하지만 대중의 인식 배경은 기본적으로 그의 '연봉'에 맞추어 형성된 지위인 경우가 많지요. 페이커가 김연아나 손흥민처럼 건드리면 안 되는 국민 영웅인 건 알겠지만 내 자식한테 그가 하는 게임을 허락하고 싶진 않은 겁니다. 비디오 게임기 구매를 아내에게 설득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며 불건전하고 공익이라곤 없는 물건처럼 희화화한 영상이 많이 나도는 것도 일견 게임의 부정적인 면모를 반증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캐나다에서 한동안 한국에 들어와 지내던 형 가족은 조카(당시 10살)가 로블록스에 빠져 해외의 친구들과 온라인 연결을 위해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요. 어차피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지도 못하고 어떻게든 해외의 아이들과 연결해서 누군가들과 유대를 하는 조카가 저는 그렇게 잘못되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전 세계의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연결해 함께하는 게임이라면 그 주식이라도 사주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지요.(책임 없는 삼촌의 전형일까요. 하지만 정말 그때 주식을 샀더라면...)
이미 제가 하고 있는 게임들은 유년기가 아닌 지금 제 나이대를 타깃으로 한 것이 더 많으니까요.
OTT들 피드 30분 동안 돌리고도 더 이상 선택하고 싶은 콘텐츠가 없다면 차라리 능동적 서사의 주인공이 되어 보면 어떨까요? 게임 그거 애들이 하는 거? 마약만큼 위험한 중독? 글쎄요. 그 생각들 재고해 볼 만한 시간이 한참 지났습니다. 아니면 해외 게임 회사들의 주식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왜 여기에 돈이 도는 걸까요?
앤드류와이어스
김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