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와 테무에 잠식되지 않을 방법
요즘 갖가지 SNS에서 테무나 알리의 광고 한번쯤 보지 못 한 사람은 없겠죠? 600원짜리 물건도 무료 배송이 된다는 광고는 이 쇼핑몰에 무엇이 얼마에 판매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작년 말부터 온갖 매체에서는 전염병이라도 예보하듯이 중국발 알리, 테무의 시장 잠식을 보도해 왔습니다. 보도의 대부분은 한국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후위로 밀려나고 소상공인들이 모두 잠식된다는, 말 그대로 '공습'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상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월 기준 전체 이커머스 앱 사용자 순위에서 알리는 쿠팡에 이어 2위를 수성했고 겨우 작년 7월에 등장한 테무 역시 지마켓을 제치고 4위에 올라 3위에 기록한 11번가 역시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가입자는 496만 명, 테무는 328만 명에 이릅니다. 모바일 인덱스에서는 지난해 국내 월간 순 사용자(MAU)가 가장 많이 늘어난 쇼핑 앱 역시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가 1,2위를 차지했죠. 특히 테무의 성장은 무섭습니다. 설립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아마존 마저 뛰어넘겠다는 목표가 빈말이 아닌 듯합니다. 테무는 미국 온라인 광고에만 4조 원을 썼다고 하죠. 아직 미국 시장점유율은 작지만 아마존의 미국 점유율을 조금씩 차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조잡한 물건이 대다수지만 소비자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의 저렴한 가격의 비결은 첫째, 유통에 있습니다. 유통을 없애 나가는 일이죠. 중국 현지 생산 업체와 전 세계의 소비자에게 유통 과정 없이 직접 연결하여 제품을 대량 생산하여 배송합니다. 전통적 유통 구조에서 존재하는 제조사와 운송 사이의 도매처가 사라지고, 운송과 소비자 간의 소매처 역시 제거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온라인쇼핑에서는 이 소매처 즉, 판매처가 생략되는 것이 일반이긴 하나 알리와 테무는 이 중간 판매자조차 뛰어넘습니다. 제조사에서 운송을 거쳐 소비자로 바로 이어지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유통사인 쿠팡과 같은 회사가 미리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매입해 놓거나 PB제품을 만들며 직접 제조사의 역할까지 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중간 판매처가 사라진 만큼의 가격 차이가 쿠팡의 제품들에 있냐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간 판매처가 있는 다른 판매자 보다 조금만 더 가격을 낮춰도 경쟁력은 높아지니까요. 수익은 그만큼 더 늘어날 테고요. 그런데 알리와 테무에서는 그런 수준의 가격 경쟁을 하지 않습니다. 제조사에서 소비자까지 도매, 소매처를 생략한 비용을 공격적으로 적용합니다. 또 대량 생산의 수준도 우리와 비할 바가 아니죠. 그러니 같은 물건도 가격이 국내 쇼핑몰 보다 4배에서 10배까지 차이 나는 보고도 믿기 힘든 차이가 생기는 것이죠.
쿠팡은 2023년 4분기 기준 이용자가 2,10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전국 70%가 '쿠세권'이 됐다고 하죠. 온라인 쇼핑을 하는 대다수의 국민이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는 성장할 곳이 없습니다. 쿠팡이 못 해서가 아니라 한국 시장 내에서는 이것이 한계인 겁니다. 그래서 뉴욕에서 상장도 하고 해외에서의 발로를 찾는 것이죠. 알리와 테무는 어떨까요? 먼저 지리적으로 중국에게 한국보다 가까운 국가는 없고 운송만 잘 해결한다면 인프라가 출중한 한국 시장 보다 매력적인 곳은 없습니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전용 물류 노선을 개설해 기존 한 달 이상 걸리던 배송 기간을 3-5일로 크게 단축시켰고 23년 6월에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산둥성 웨이하이와 옌타이에 있는 한국행 전용 물류센터를 3만 평 규모로 확대했습니다. 또 전국 물류망을 가지고 있는 CJ대한통운과 손잡아 통관된 물품을 국내에서도 믿을 수 있고 빠르게 배송하고 있죠. 테무도 한진을 통해 이와 비슷한 활로를 찾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한국 시장은 '원오브뎀'일뿐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테무는 미국에서 아마존을 이기겠다고 합니다. 전 세계 시장 중에 한국 시장은 일부일 뿐인 것이죠. 알리와 테무에서 상품을 볼 때 댓글을 본 적이 있나요? 댓글을 다는 소비자의 국적이 얼마나 다양한지 확인하셨을 겁니다. 중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다양한 운송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물류업계의 공룡인 차이니아오는 기업가치가 쿠팡의 10배에 달합니다. 알리는 이들과 제휴하기로 했죠. 쿠팡이 국내에서 그랬던 것처럼 알리와 테무는 이제 곳곳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수월해졌습니다.
이 상황이 과연, 글로벌 경쟁 업체가 서서히 성장하며 국내 기업들이 경쟁에서 조금씩 밀려나가며 밥그릇 뺏길 우려만 할 상황일까요? 물론 아직까지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여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 제품의 카테고리도 있고 메이드인코리아의 제품도 있습니다. 게다가 가짜 제품이나 물류 사고, 중국 배송이 빨라졌다 해도 새벽배송이 가진 장점 등도 여전히 존재합니다만 알리와 테무의 저 약진을 보면 그러한 단점들은 곧 개선되고 극복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글쎄요, 해안가에 물이 급격하게 빠지고 동물들이 이동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해일이 '올지도 모른다고' 예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알리와 테무의 국내 성장 배경에는 코로나 전후에 직구로 구매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그에 따른 리스크도 전과 같지 않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직구의 장점에 눈을 뜬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있습니다. 국내 쇼핑몰에서도 직구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들은 다양하게 진행됐습니다. 11번가나 G마켓은 해당 쇼핑몰을 통한 직구의 신뢰성과 배송 장점 등을 어필했죠. 쿠팡은 더 공격적이었습니다. 일찌감치 미국과 중국 등에 풀필먼트 센터를 마련하고 배송 테스트를 거치며 직구 시장 수요에 대응해 왔습니다. 쿠팡은 미국과 중국의 로켓직구 배송기간을 2~3일로 유지하며 현지 물류센터를 공항 인근에 마련하여 물류 이동을 용이하게 하여 배송일을 앞당기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직구가 보편화되는 것에 대응한 것은 국내 유통사만이었던 건 아니죠. 미국의 아마존은 물론 중국의 쇼핑몰이나 전 세계의 많은 쇼핑몰들에서는 배송사의 시스템이 고도화되는 것과 함께 글로벌 소비자에 대응하는 인터페이스와 편의가 급격하게 개선되었습니다.
"직구가 보편화되는 것에 대응한 건 국내 유통사만은 아니었죠."
작년 중순에 미국 아마존에서 캠핑용 나이프를 하나 고르고 있던 저는 이와 비슷한 제품을 일본 아마존에서도 찾아보았고 이어 알리익스프레스에서도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비싼 물건도 아니었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미국 아마존과 일본 아마존, 그리고 알리와 마지막으로 네이버쇼핑에서 발견한 각각 거의 흡사한 나이프를 동시에 구매해 보았습니다. 당연히 네이버 쇼핑을 통해 스마트스토어에서 배송된 물건이 가장 빠른 이틀 만에 도착했고, 일본 아마존에서 구매한 제품은 5일 만에, 알리는 7일 그리고 미국 아마존에서 주문한 제품은 14일 만에 배송되었습니다.
알리에서 주문한 제품은 상품 설명이 그럴싸하게 있었지만 특정 브랜드의 제품은 아니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제조사 제품이 그대로 포장되어 왔을 확률이 높았죠. 일본 아마존에서는 A라는 브랜드 라벨이 붙었고 상품 설명에서도 나이프 브랜드의 장점이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미국 아마존에서는 B라는 브랜드 라벨이 붙어 있었고 해당 제품은 장인이 직접 가공한 제품이라고 상품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국 쇼핑몰에서는 알리에서 본 상품 설명 이미지들과 똑같은 이미지들이 도용되었고 한글 번역이 되어 있었을 뿐입니다. 나이프의 브랜드가 아닌 판매자의 브랜딩 즉, 믿을 수 있고 배송이 빠른 판매자임을 어필했죠. 이미지 상으로만 봐도 알리와 한국 스마트스토어의 제품은 같은 제품일 거라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들이 모두 배송된 후에 4개 나이프의 외관과 절삭력 등의 성능을 비교해 봤습니다. 예상했겠지만 4개의 나이프는 정확히 같은 제품들이었죠. 미국과 일본에서 온 제품들은 손잡이가 미세하게 달랐고 칼집에 브랜드 라벨이 다르게 찍혀 있었지만 같은 제품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 가격은 환산하면 네이버쇼핑 6만5천 원, 아마존제팬 7만 원, 아마존 11만 원, 그리고 알리 4천7백 원 가령되었습니다. 각각의 플랫폼에서 해당 제품이나 비슷한 제품의 최저가는 아니었지만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 가격이었죠.
알리는 제조사 판매로 물건만 찍어 낸 제품, 즉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일본과 미국은 아마도 중국에서 제품을 가져다 브랜드 라벨을 찍어 제품을 판매했고요. 한국 쇼핑몰에서는 쇼핑몰 판매자의 장점을 어필(그것 역시 브랜딩이라 할 수는 있겠습니다)하며 중국어 번역을 돌려 상품 페이지를 만들어 판매했죠. 한국 배송 제품은 일본과 미국처럼 제품 자체에 브랜딩이 되어 있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알리에서 배송된 제품과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아, 배송 박스 안에 판매자의 짧은 인사말이 적힌 작은 쪽지와 함께 사은품이라며 작은 카라비너 하나가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직업적 호기심에 구매해 본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브랜드가 중요한 제품이 아니라면 예컨대 에르메스의 상품 같은 게 아니라면 이것은 애초에 경쟁이 가능한 이야기인 걸까? 미국과 일본 아마존의 A, B 브랜드는 각각 브랜딩을 하기 위한 비용이 책정된 가격이라고 봐도 무관하겠다? 한국에서 배송 사고 없이 빠르게 배송되는 장점을 가격에 매길 수도 있겠다? 각자 드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가격 경쟁을 국내 네이버쇼핑의 결과들에서 유통 판매자들끼리 하고 있던 겁니다."
먼저, 네이버 쇼핑에서 해당 검색을 통해 나온 제품들은 가격이 거의 대동소이했습니다. 대부분의 쇼핑몰은 알리에서 본 상품 설명 페이지를 그대로 도용하여 번역해 놓은 페이지였습니다. 스토어별 가격 차이는 몇 백 원 내였습니다. 간혹 상품 페이지를 직접 찍은 사진을 추가하고 추가 설명들이 가미된 스토어도 있었습니다. 이 스토어는 1,2천 원의 가격 차이가 나기도 했죠. 그러나 역시 상품 리뷰를 확인해 보면 라벨이 붙어 있지 않은 알리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가격 경쟁을 국내 네이버쇼핑의 결과들에서 유통 판매자들끼리 하고 있던 겁니다. 다가올, 아니 이미 다가 온 재앙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스마트스토어들이 한 제품의 검색만으로도 몇십 페이지에 걸쳐 나올 만큼 많았던 거죠. 물론 직구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이런 형태로 많은 수익을 냈던 스토어들은 그 자체로 판매자 브랜딩을 강화해 나름 경쟁력 있는, 어엿한 브랜드가 된 스토어들도 있습니다만 작금의 상황에서는 유통 판매자의 브랜드를 치장하더라도 이와 같은 판매 방식이 계속 성공할 확률은 미비해졌습니다. 국내 쇼핑몰들이 배송 기간이나 제품 신뢰의 장점을 등에 업더라도 가격 차이가 저렇게 나고 보니 기대한 만큼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큰 손해는 아니라는 소비자 심리도 팽배해집니다.
다음, 미국과 일본에서 판매된 제품을 보죠. 이 두 제품은 브랜드 라벨을 (칼 자체는 아니고) 칼집에 찍어냈습니다. 그리고 상품 페이지에서 한쪽은 나이프 브랜드의 신뢰를, 다른 한쪽은 장인의 손길을 피력했죠. 로고를 넣고 마케팅을 다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제품은 해당 브랜드의 가치와 기술력이 적용된 부분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같은 제품을 다른 브랜드로도 구매할 수 있는 것이죠. 즉, 두 개의 제품은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브랜딩이 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위상을 구축한 브랜드는 제품의 차별화를 간과하고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브랜드라는 것은 단지 제품 품질로만 책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 아마존에서 구매하는 제품의 브랜드가 아웃도어 나이프의 높은 인지도와 신뢰를 쌓아 온 브랜드라면 소위 그 브랜드 값에 지불하는 것도 끄덕일만합니다. 물건과 함께 브랜드의 위상도 함께 사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대게 그러한 위상을 구축한 브랜드는 제품의 차별화를 간과하고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즉, 미국과 일본 아마존에서 구매한 제품들은 브랜드의 장점과 제품의 장점 두 부분 모두에서 브랜드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죠. 소비자들이 제품의 장점과 브랜드의 위상을 보는 눈은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리뷰가 많이 달렸다고 마냥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멋지게 포장한다고 구매하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쇼핑몰들이 극복할 수 있는 가격 자체가 아닙니다. 일단 유통에서 한 단계가 더 거치는 것만으로도 가격경쟁은 어불성설이죠. 국내 인증이나 마케팅 상의 번역조차도 다 비용입니다. 국내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행정상의 호소도 이따릅니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에서 무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만 600원짜리 물건에 관세를 적용하는 행정 비용은 과연 얼마나 들게 될까요?
고관여제품과 같이 고가의 제품으로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가의 제품에 속하는 전자 제품도 벌써 중국을 통해 바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이 항목에 더 많은 제품이 포함되겠지요. 안타깝지만 일련의 공산품들은 이 벽을 뛰어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알리와 테무에서 팔기 부적합한 것은 없을까요? 일단 그곳에서 판매되지 않거나 상품은 있으나 판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품들을 떠올려보죠. 겨울철 딸기나 봄쑥을 알리와 테무에서 파나요? 키엘의 수분크림이나 에스티로더의 갈색병은 알리와 테무에서 팔지도 않지만 설령 팔더라도 구매하기 꺼려합니다. 그러니까 유통이 아무리 좁혀져도 극복할 수 없는 제품들이 있고, 생필품 또는 브랜드의 성능이 검증된 제품인 경우 위조나 안정 상의 문제로 판매자가 더없이 중요한 제품들도 있죠.
"구분할 수 없는 것을 판매하는 것을 브랜드라 부르기 어렵고, 구분할 수 없는 것을 브랜드라 신뢰하지 않습니다."
즉, 공산품 중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브랜드력이 높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력이 높더라도 결국 모든 제품은 결국 중국에서 제조되는 것이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제조사에 물건을 받아 포장만 차별화하여 파는 행위를 브랜딩이라 할 수 없습니다. 아마존에서 산 그 나이프들이 브랜딩이 되지 않은 대표적인 케이스죠. 해당 브랜드들은 본인들이 로고도 있고 그 로고를 패키지에도 붙였으니 브랜드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브랜드라는 것은 애당초 다른 것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구분할 수 없는 것을 판매하는 것을 브랜드라고 부르기 어렵고, 구분할 수 없는 것을 브랜드라 신뢰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세계가 기술과 접목되면서 이렇게까지 전개될 줄 몰랐다면 안타깝지만 역행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물건을 직접 제조하지 않더라도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한 끗의 기술, 한 끗의 디자인이 가미되더라도 그것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결착되어 있고 소비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한 끗의 차이를 제공한다면 그 제품은 가치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1천 원에 파는 물건을 들여와 1천2백 원으로 가격 경쟁을 할 게 아니라 중국에서 1천 원에 파는 물건을 들여와 가치를 부가해 2천 원에 파는 것이죠. 그것은 당연히 1천2백 원에 파는 물건 보다 8백 원 이상의 가치가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에서 파는 것보다 1천 원 이상의 가치가 있어야 하죠. 그 가치를 만들어 내서 제품에 적용하는 것을 이르러 브랜딩이라고 합니다. 로고를 붙이는 게 아니라요.
유튜브에서 번역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그에 따라 알고리즘이 변경된다면 국내 유튜버들은 더이상 같은 카테고리에서 다른 국내 유튜버들과의 경쟁 우위점을 찾는 것은 무의미해집니다. "한국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은 따로 있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죠. 유튜브 조회에 있어 문화적인 갭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BTS가 전 세계를 휩쓸 때는 당연시 생각하면서 해외의 문화나 콘텐츠를 지금의 세대가 국경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인가요? 알리와 테무는 기술과 자본을 이용해 본인들의 수요를 차곡차곡 그리고 치밀하게 점령해나가고 있습니다. 공산품을 파는 거라면 그것이 중국에서 제조된 물건일지라도 차별화할 방법은 있습니다. 가치를 부여하여 브랜딩을 한다면 단지 제조 단가가 높은 물건의 차별화가 아닌, 가치 차별화가 된 가격과 경쟁력을 거기에 붙일 수 있게 됩니다. 아직 알리와 테무에 저급한 물건이 잔뜩 쌓여있는 지금이 자신의 가치 차별화를 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앤드류와이어스
김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