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치기 위해서 존재하는 키보드도 있고, 그런 키보드는 빠른 입력이 가능하다. 생각을 따라가는 속도.
그런가하면 하나하나의 키의 무게를 인식해야 하는 키보드도 있다. 하나의 타격은 그 의미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서 분명하게 일정한 소리와 중력의 임계점이 넘을 때까지 눌러야 하는 것이다. 타격감의 쾌감 보다는 타격의 이유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타격의 이유. 분명한 이유로 글을 써야 하는 건 고통이다. 하지만 가볍게 써라. 다만 딸깍이 넘어가는 그 소리만은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가볍게 썼지만 이유가 있어야 했다. 펜으로 글을 쓰면 점 하나를 찍어도 되돌릴 수 없다. 그 공간과 그 의미는 거기에 남는다. 그러기에 키보드로 써도 그런 진지함은 잊지 않고 싶은 것이다.